김선우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가 있다. 이밖의 작품으로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동화 <바리공주> 등이 있다.


시인의 말

시인으로 산 지 십 년이 되었다.

이 시집이 세상에 보내진 이후
어쩌면 나는 당분간 시를 떠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시를 청탁받고 발표하는 관행으로부터
떠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언제든 시는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고향이다.
어디서든 시는 내 몸의 일부를 이루는 타향이다.

시로 와준 모든 그대들,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들께 바친다.

2007년 7월
김선우


감상

시인에게서 직접 선물을 받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올 만큼 가슴도 주머니도 즐거운 일이다.

나는 이 시집을 먼저 구입했다.
먼저라는 말이 조금은 이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나는 일요일만 되면 성당엘 간다. 그리고 시간이 남는 오후엔 서점에 들렀다 오곤 한다. 사고 싶은 책을 미리 점 찍어두거나, 사고 싶은 책을 사러. 돈이 있으면 사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점찍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되는 날에 산다.

그날도 나는 점찍어두러 갔다. 전혀 살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담배살 돈과 음료수를 살 돈, 그리고 약간의 여남은 돈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6천원짜리 시집을 사기도 버거운 때였다. 시보다는 담배가 우선이었으므로. 제일 먼저 시집코너로 갔다. 아직 내가 가는 서점엔 시집코너가 따로 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 때문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는 이유는 시집을 사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집 코너를 거쳐 여행코너로 가곤 하는데 내 눈에 딱 들어온 시집. 바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였다. 담배를 사야하는데... 시집은 어서 사서 읽어보고 싶고. 고민에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시집을 사기로 했다. 시가 담배보다 우선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시가 우선이었다.

계산대로 간 나. 아쉽지만 그래도 읽고 싶었던 김선우 시인의 시집이었기에 체념을 하고 있었다. 오호, 그런데 이게 웬 떡. 그동안 책을 사며 쌓였던 마일리지로 인해 할인이 된다는 얘기였다. 3천원씩이나 ! 6천원짜리 시집을 3천원을 할인해서 3천원에 구입했고, 담배까지 살 수 있었다. 이는 분명 하늘의 뜻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행복한 일요일 내내 나는 이 시집을 읽었다. 그리고 월요일. 시창작강의 시간까지 나는 이 시를 읽었다. 교수님이 보든 말든 상관 없이. 다 읽고 나서는 유일하게 같은 강의를 듣고 있던 과 후배에게 선물로 주었다. 어차피 다 읽긴 한 책이지만 그 친구가 써온 시가 김선우 시인의 시와 잘 어울렸기 때문에 전혀 아쉬울 것은 없었다. 나는 또 구입하면 된다. 그 친구도 고마워 했고(선배로부터 책을 선물 받은 것은 처음 이라고 했다), 나 역시 좋았고 교수님 역시 즐거워 했다.

김선우 시인으로부터 받은 시집

그리고 나는 이 시집을 구매할 틈도 없이 김선우 시인으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았다. 지금은 탈퇴 했지만 김선우시인의 팬까페를 통해 싸인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신청부터 했는데, 털컥 선물이 되어 내 품으로 달려 든 것이다. 여행을 가기 직전의 일이었다.

김수진님.
좋은 인연 감사해요.
여행은 잘 다녀왔지요?
ㅁㅁ과 마음 모두 훌쩍 자라있길.
2007년 여름
김선우 두손.

여행을 준비한다고 했었기에. 그리고 나는 여행가기 전에 받아 여행내내 그의 시집을 또 다시 읽으며 걸었다. 지산동 고분군에서 무려 한시간을 넘게 시집을 읽기도 했다.

김선우 시인의 시는 한 여자의 삶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화자이다. 화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시어까지 바뀌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젊은 시인들에게서는 그런 화자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게 나타나지만 화자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는 분명 여자를 생각하고 썼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라고 생각되어 왜 이런 시를 썼는 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내 경험이다.

김선우 시인의 시 속 인물들은 대부분이 여자이다. 아니, 모두 여자이다. 자신일지도 모르는 여자가 자신의 엄마오와 아버지를 이야기 한다. 때로는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것이 슬플 수도 있고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 차이는 단지 그것뿐이지만 시의 감흥은 거대하다. 그만큼 시인으로써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말일 것이다.
김선우 시인의 시는 정말 편안하다. 내 이야기 같고, 내 가족 이야기 같다. 그래서 읽기 쉽다.

가슴뭉클한 시를 읽고 싶다면 !
시가 어렵다고 생각되어 진다면 !

김선우 시인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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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밝은척하기



박정대

1965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문학사상」에 '촛불의 미학' 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5년 '아무르 강가에서'로 제19회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2007년 현재 「목련통신」편집장, '무가당 담배 클럽'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단편들>, <아무르 기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이 있다


자서

아무리 마셔도 목마르고,
아무리 걸어도 끝이 없는
나는, 사막이다
사막의 무사이다
거기다 이제는 눈까지 멀어
음악만이 나를, 자꾸만, 어디론가, 끌고 간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것이
지금까지의 내 삶이었다면
이제는 끌려가면서라도
맹글어지는 것이
내 삶이고
시 나부랭이고
의무같은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여전히 사막이다
사막의 음악이다

2001년 가을
이산방에서
박정대


감상

4학년 2학기 그야말로 말학번 말학기때 들었던 시창작실기.
윤지영 교수님 덕분에 알게 되었던 박정대 시인. 그의 시집을 세권이나 가지고 있게 되었고 조만간 그의 최근 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을 살 계획이다. 그의 첫번째 시집 「단편들」은 정말 어렵게 겨우겨우 구해 읽었다. 절판 된 시를 그렇게 어렵게 구해야한다는 현실이 정말 아쉽지만.

그의 시는 읽는 맛이 있다.

잘근잘근 씹히기도 잘 씹히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과는 달리 분위기며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며 눈에 쏙쏙 들어온다. 한마디로 맛있고 쉽게 잘 읽힌다는 것이다.
그의 시엔 음악이 함께 한다. 어떤 음악일지는 시인 외에는 모를 것이다. 내 귀에 들리는 음악은 기타소리다. 자유분방한 장필순이나 이지형의 기타소리가 그의 시에 정말 잘 어울릴 것이다. 목소리까지 같이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

그는 국어선생님이다.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일정하게 주제와 소재로 나누고, 연과 행마다의 주제를 생각해가며 시를 읽어야 하는 그 방법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잘 알것이다.

시란 읽기 나름이다. 정답이 없다. 아무리 슬픈 시라해도 독자가 산뜻하고 발랄하게 읽었다면 그 시는 산뜻하고 발랄한 시다. 시집의 뒤에 있는 '해설' 역시 그 해설을 쓴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시이다. 시는 작가의 손에서 떠나면 독자의 것이다. 손을 쓸 수 없다. 그것이 법이고 규칙이다.

즉, 나는 그의 시들을 음악과 여행과 자유 등등 편안하게 생각하고 읽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시점이다. 작가의 생각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이란 말이다.
즉, 시집을 선택하고 구매할 권리를 가진 독자들인 당신들(?)도 나 처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시를 읽을 수도 있고, 작가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과 전혀 다른 뜻으로 시를 이해할 수 있다.
즉, 시를 이해하는 것은 당신들의 몫이다.

하지만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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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밝은척하기
- 김수진



그대에게 새벽은 잔인하게 잊혀 진 단편입니다
읽고 또 읽어도 뜻 모를 정의(定義)처럼
한 장 한 장 순간을 넘기며 잊었던 사전의 시간입니다
밤이 깊숙하게 내려앉았고
긴긴 밤 저 하늘의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은 성운의 꼬리를 밟으며 돌아갔는데도
그대는 그들의 흔적을 세어가며 밝아오는 아침을 기다립니다

오늘도 그대는 잠자리에 들었다가
불면을 핑계로 보르네오섬에서 왔다는 침대의 뼈다귀와 대화를 나누었다죠
마른 뼈마디 사이로 불어 온 남태평양 고온다습한 적도우림기후에서
카푸아스강 기슭의 진한 기름 냄새가 난다던 나무는 이미
무수하게 흩날린 나뭇잎들을 기억한다며
삐끄덕거리는 울음을 밤새도록 어루만졌다죠

나무의 바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대가 잊고 있었던 시간에서 헤엄치던
흩어져버린 오랜 습관과도 같은 바람이 콧등을 지나 귓불을 타고
흘러 들어오던 엄마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잊혀 진 조각을 맞추려 애썼던 그 길가를
알고 있습니다

아침입니다
잠잠한 하늘에 무수한 잠들이 맺힌
상쾌하고 축축한 아침입니다
출근하셔야죠

이제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라
잠을 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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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밝은척하기

스물아홉, 청춘
밝은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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